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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양지탄(望洋之歎)

가자 안창섭 2009. 5. 1. 12:59

망양지탄(望洋之歎)

 

 

넓은 바다를 보고 감탄한다는 뜻. 곧 남의 위대함에 감탄하면서 자신의 힘이 닿지 못함을

 

부끄러워하는 탄식이다.<장자(莊子)> '추수(秋水)'편에서 유래된 말이다.

 

 

옛날 중국의 황하(黃河) 유역에는 그 물을 지키는 수신(水神)이 있었다.

 

하백(河伯)이 그 였다. 하백은 넓고 완만히 흐르는 황하를 느릿느릿 오가며 한껏

 

거드름을 피우곤 했다. 평온할 때에는 평온한 대로 너그럽게 흐르다가, 연일 비라도

 

쏟아지는 때면 누런 흙탕물로 세상의 모든 것을 휩쓸어 갈 듯 마구 흐르고, 때로는

 

넘쳐서 들판을 온통 잠기게 하는 엄청난 힘을 갖고 있는 것이 황하 였다.

 

하백은 그 황하를 지키는 수신이라는게 자랑스러웠다.

 

 

비가 몹시 퍼부어 대고, 이윽고 가을이 왔다. 수많은 지류에서 흘러 들어온 물이 황하로

 

유입되었다. 엄청나게 불어난 누런 강물이 넘실대며 강을 넓혀나갔다.그 바람에 강폭이

 

서로 까마득이 멀어져 강 저편에 서 있는 소나 말의 형체도 분간하기 어렵게 되어버렸다.

 

이렇게 불어난 물을 보고 하백은 한껏 도도해져 으스댔다.

 

"아, 나는 얼마나 위대한 존재인가. 이 천하의 아름다움이 모두 내 것이야."

 

며칠을 기세 좋게 헤엄쳐 다니던 하백은 황하가 얼마나 넓고 긴 지 이번 기회에

 

한 번 알아보기로 했다.

 

"물을 타고 내려가면서 내 영역이 얼마나 큰지 보는거야. 구경도 실컷 해야지."

 

하백은 이윽고 기분 좋게 물결에 몸을 내맡기고 동쪽으로 흘러갔다.

 

며칠을 그렇게 흘러갔다. 그러다 문득 이제까지의 느낌과는 다른 물결이라는

 

생각이 들어 고개를 들었다. 생전 처음보는 경치가 펼쳐지고 있었다. 북해(北海)에

 

도달한 것이었다. 하백이 고개를 쭉 빼고 눈을 비비며 사방을 둘러보니 물이

 

얼마나 넓은지 아득히 하늘에까지 닿아 있었다. 어디서 어디로 흘러가는지,

 

어디가 끝인지, 뭍은 어디에 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하백은 비로소 자신의 진면목을 돌아보고는, 한숨을 내쉬며 탄식했다.

 

"속된 말에, 도(道)의 한 끄트머리를 알았다고 세상에서 자신이 최고인 줄

 

착각한다고 하더니, 바로 나를 두고 한 말이었구나!"

 

 

이때 북해의 수신인 약(若)이 그에게 다가왔다. 하백은 눈이 동그래지며 물었다.

 

"누구시요?"

 

"나는 약(若)이라고 하는데, 이 북해를 지키고 있다오."

 

하백은 금세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아. 이렇게 넓은 물을 감독하시는 분이 바로 당신이군요. 나는 황하의 수신

 

하백이라고 합니다. 지금 이 엄청난 물을 보고 감탄하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그러자 약은 진작부터 하백의 탄식을 듣고 있었던 듯, 고개를 끄덕이며 이렇게 말했다.

 

 

"우물 안의 개구리에게는 바다에 대해서 말할 수 없고 여름 한철 사는 매미 에게는

 

얼음에 대해서 말할 수 없는 법이라오. 다 자기가 살고 있는 곳, 살고 있는 때밖에는

 

알 수 가 없기 때문이지. 지금 당신은 바다를 보고 나서 식견이 좁은줄 알았다니

 

이제 당신과는 큰 도리를 말할 수 있겠소이다."

 

 

이 우화에서 크고 넓은 바다를 바라보며 자신의 소견이 좁은 것을 알고서 탄식하는

 

'망양지탄'이라는 말이 나왔다. 사람은 다 제가 알고 있는 것, 제가 본것이 다인 줄

 

알기 마련이다. 그렇게 좁은 세상 속에 갇혀서 으스대고 있다가는 정작 큰 세상을

 

만났을때, 이전의 자신이 한없이 부끄러워질 것이다. 그래도 부끄러운 줄 알았다면

 

다행이겠다. 아예 그것조차 알아채지 못한다면 세상의 비웃음거리가 되기 십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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