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홀드를 읽는다. 암벽에서의 부드러운 동작은 핸드홀드(hand hold)와 풋홀드(foot hold)를 조화롭게 사용함으로써 얻어진다. 핸드홀드, 또는 풋홀드는 그 하나만으로는 어려운 암벽을 올라가는데 충분한 지지력을 주기 어렵기 때문이다. 흔히 초보자들은 처음 암장에 와서 클라이머들이 아무 잡을 것도 없는 미끈한 암벽을 그냥 올라가는 줄로 잘못 보기 쉽다. 물론 그럴 수는 없고 숙달된 클라이머들에게는 초보자의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홀드를 볼 줄 아는 눈이 있을 뿐이다. 홀드를 보는 눈, 홀드를 찾아내고 또 어디 쯤에 다음 홀드가 있으리라 예측하는 기술이야말로 암벽등반에 있어 가장 기본적이고도 중요한 기술이라 할 수 있다. 홀드를 굳이 정의한다면 '바위면에 존재하는 모든 흠집'이라 할 수 있다. 즉, 아주 작은 암벽의 돌기, 미세한 주름이나 움푹 패인 작은 구멍조차도 클라이머에게는 좋은 홀드가 될 수 있다. 초보자들은 대개 각이 좋은 렛지(ledge)나 반듯한 턱을 가진 홀드, 혹처럼 튀어나온 암각 등 보다 뚜렷한 홀드를 찾으려든다. 그러나 경험을 쌓게 되면 보다 미세한 홀드도 찾아내어 쓸 수 있게 된다.
상당수의 클라이머들이 홀드란 단순히 위에서 아래로 잡아당기는 것이라 여기며 한번 사용한 홀드는 무심히 버리고 다음 홀드 찾기에 급급해 한다. 그들은 때로는 완전한 홀드조차 자신이 원하는 자리에 있지 않다거나, 홀드의 각이 바라는 방향으로 나있지 않다고 해서 그것을 그냥 지나쳐 버리기도 한다. 그러나 숙련된 클라이머들은 암벽등반이란 단순한 '홀드 찾기' 게임도 아니고 그저 잡아당겨 올라가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터득하고 있다. 그들은 나타나는 모든 홀드를 풍부한 창조력을 발휘하여 사용가능한 것으로 변화시키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숙련된 클라이머는 암벽을 잘 살펴 모든 홀드를 주시하고, 이어 자신의 몸을 홀드에 연관시켜 홀드를 '쓸모' 있게 만든다. 홀드에 알맞게 몸을 움직인다는 얘기는 즉, 이쪽저쪽으로 몸을 뉘어보기도 하고, 몸을 구부리든가 웅크린다거나 비튼다든지, 뒤로 젖힌다든지 한다는 것이다. 이는 마치 무용과 흡사하여 어깨와 엉덩이가 팔, 다리만큼 많이 쓰인다. 어깨와 엉덩이는 들어가기도, 나오기도 하며, 옆으로 또는 아래로 위로 움직이면서 등반자가 각각의 홀드를 당기거나 누를 때 가장 안전한 자세를 이루도록 해준다. 다음은 여러가지 홀드의 종류이다. 알아두어야 할 점은 어떠한 핸드홀드도 동시에 풋홀드로 사용된다는 것이다.
* 클링홀드 - 엄지와 새끼 손가락도 사용하라. 옆으로 당기는 사이드클링 홀드(sidecling hold)는 직접 매달리지 않으므로 손가락이나 팔의 힘이 적게 든다. 밑에서 위로 당기는 언더 클링 홀드(undercling hold)는 처음 동작을 시작할때는 다소 불안하나 진행하면서 자세가 안정된다. 일반적으로 어떤 핸드홀드는 등반자가 진행함에 따라 자세가 불안정해지는게 있는 반면, 어떤 것은 진행함으로 해서 더 좋은 자세가 되는 핸드홀드가 있다. 종종 초보자는 후자에 해당하는 좋은 홀드를 간과해 버릴때가 있다. 왜냐하면 그들은 처음 그 홀드에 접하여 동작을 시작하기가 불안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초보자들은 클링홀드에 매달리려면 팔이나 손의 힘이 강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힘은 중요하다. 그러나 초보자들이 클링홀드에 제대로 매달리지 못하고 손이 쉽게 풀려 버리는 이유는 힘이 부족해서라기 보다는 효과적으로 매달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개 초보자들은 홀드를 세 손가락으로만 잡는다. 엄지와 새끼 손가락은 사용되지 않고 놀고 있는 것이다. 새끼 손가락의 힘은 그리 강하지는 않으나 상당한 힘을 보탤 수 있다. 또한 우리 다섯 손가락 중 가장 힘이 센 엄지 손가락은 왜 사용하지 않는가? 홀드를 잡을 때는 가능하면 항상 엄지도 함께 사용해야 한다. * 그립홀드 - 손가락을 붙여라 홀드의 모양이 좋지않아 손가락마다 각각 다른 지지점을 버티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 손가락은 벌어지게 된다. 그러나 보통 손가락은 붙여서 홀드에 내는 것이 효과적이다. 가급적 손가락은 서로 단단히 모아서 홀드를 눌러 주거나, 아주 작은 홀드의 경우 손가락을 겹쳐 얹으면 강한 지지력을 얻을 수 있다.
* 링그립 - 미세한 홀드를 놓치지 마라 * 푸쉬 홀드 - 손으로 밀면 큰 힘이 생긴다.
다음, 홀드가 멀리 떨어져 있어 발을 손위치까지 끌어 올려야 할 경우가 있다. 이때 홀드 상태가 좋으면 손으로 홀드를 당겨 몸을 뒤로 젖히고 발은 핸드홀드를 딛고 일어서서 다시 균형상태로 되돌아갈 수가 있다. 그러나 이동작은 맨틀링(mantling)이 아니라 나중에 설명될 레이백(layback) 기술의 일종이 된다. 맨틀링이란 선반을 올라타는 것과 비슷한 동작으로 위와 같은 상황에서 홀드의 상태가 밖으로 끌어당길 만하지는 못하고 밑으로 눌러 주어야만 하는 상태일때 사용되는 기술이다. 오직 평평한 렛지나 홀드가 손에 잡힐 뿐, 중간에는 풋홀드가 없어 발로 걸어가지 못할때 맨틀링 기술을 쓴다. 우선 가슴이 손의 위치 이상으로 올라올 때까지 홀드를 잡고 몸을 당겨 올린 다음, 손을 안쪽으로 회전시켜 손바닥을 핸드홀드(또는 렛지)에 대고 눌러 몸을 최대한 끌어올린다. 몸중심이 자기 손 위치 이상 최대로 올라오면 발을 올려 손으로 잡고 있던 핸드홀드나 렛지를 밟고 일어선다. 렛지나 홀드가 좁거나, 그 위에도 홀드가 없을 경우 맨틀링은 상당히 격렬한 동작과 섬세한 균형감각이 요구된다. 맨틀링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몸을 끌어 올릴때 균형을 잃지 않도록 맨틀홀드에 정확하게 손의 위치를 잡는 것이다. 잘못 판단하여 나중 발을 올려 놓아야 할 자리에 손을 두게 되면 몸을 끌어 올린 뒤에 상당히 곤란해진다. 렛지 위로 손을 올려 잡을만한 좋은 홀드가 있을 경우는 별 문제가 없으나 그렇지 못하면 미리 발이 들어올 자리를 비워 두어야 한다. 맨틀링은 매우 유용한 테크닉이다. 홀드가 멀리 떨어져 있을 경우, 또는 직벽이나 오버행을 넘어설 때 특히 필수적이다. 맨틀 홀드 위에 사면이 더 급해지지만 않는다면 거의 모든 종류의 홀드에서 맨틀링은 가능하다. 맨틀홀드가 손바닥을 쓰기에 좁을 경우는 손날, 혹은 손끝을 대고 눌러 몸을 끌어 올린다. 이때 누르는 쪽의 팔은 곧게 펴고 다른 손은 같은 지점의 홀드를 취하든가, 아니면 누르는 손 위에 얹어 균형을 유지한다. 맨틀링은 건물의 유리 창틀이나 튼튼한 책상에서 연습할 수 있다.
맨틀링과 비슷한 동작으로 엑시트 무브(exit move)를 들 수 있다. 엑시트 무브란 급경사의 사면이 갑자기 평평한 사면으로 바뀌는 직벽이나 오버행의 끝을 넘어설때 적용되는 기술로서, 맨틀링보다 훨씬 쉬우나 초보자의 경우 심리적으로 두려움을 느껴 잘 되지 않는다. 급사면이 갑자기 평지로 바뀌면 생각보다는 핸드홀드를 잡기가 어렵다. 핸드홀드를 찾아 팔을 뻗으면 몸은 아직 올라오지 않은 상태에서 배가 바위 끝에 걸리게 되어 발은 바위턱 밑에 취하고 있던 풋홀드를 벗어나게 된다. 엑시트 상황에서는 손을 너무 멀리 뻗지 말고 벽의 끝부분의 핸드홀드를 잡아 상체를 바위에서 떼고, 발은 풋홀드를 찾아 딛고 다리에 탄력을 주어 힘껏 일어선다. 몸이 올라오면 어깨를 앞으로 기울여 상체의 무게를 맨틀링 때와 같이 손바닥으로 옮기고 팔을 곧게 펴서 완전히 올라선다.
레이백(layback) 기술은 손으로는 당기고 발로는 반대편을 밀어 생기는 짝힘(counterforce)으로 지지력을 얻는 기술이다. 레이백은 두개의 바위면이 만나 이루어진 크랙의 한쪽 모서리를 잡아당겨 오를때, 바위기둥의 각진 모서리를 당겨 오를때 적용된다. 레이백은 매우 격렬한 기술로서 가급적 신속히, 과감하게 행해져야 한다. 팔은 가능한한 곧게 펴서 근육에 부담을 주지말고 뼈로 버티도록 하며 발은 사면의 풋홀드를 찾아 딛고 최대한의 마찰력을 얻는다. 발의 위치는 되도록 높이 - 엉덩이 밑까지 - 유지하는데 지나치게 높이하여 팔에 무리를 줄 필요는 없다. 급경사에서의 레이백은 매우 격렬하며 위험하기까지 하다. 일단 레이백 자세로 출발하면 도중에서는 쉬기도, 확보물을 설치하기도 쉽지 않고, 다른 등반자세로 바꾸기도 여의치 않다. 그러므로 레이백은 하기 전에 달리 올라갈 방법이 없는지 - 슬랩이나 스테밍, 재밍, 침니 등 - 를 심사숙고해야 한다. 레이백은 크랙뿐만 아니라 페이스나 오버행에서도 유용하게 쓰인다. 한쪽 손과 발은 레이백 자세를 취하고 다른 쪽은 핸드홀드나 풋홀드를 취하면 먼 곳의 홀드까지 손을 길게 뻗을 수 있게 된다.
핸드홀드와 풋홀드는 두가지 목적을 위해 사용된다. 우선 첫째는 당연한 얘기지만, 매달리거나 밟고 서는 데 쓰인다. 둘째 홀드는 등반자의 몸무게를 분산시켜 한발 또는 두발로 균형을 유지할 수 있게 해준다. 우리는 이따금 매달리거나 밀기위해서가 아니라 체중의 적절한 분산이나 균형의 유지를 위해 홀드를 취할 때가 있다. 예를 들면, 오른쪽으로 발을 내딛기 위해서 우리는 자연히 같은 방향의 핸드홀드를 찾아 손을 뽇는다. 이렇듯 손을 뻗음은 홀드를 잡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발의 안정을 위하여 균형을 잡아주는 방편이다. 또한 우리는 잡을 홀드가 아무것도 없는데도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손을 뻗을 때가 있다. 이때 팔과 다리리는 필요한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허공으로 뻗거나 바위에다 그저 대주기도 한다. 이것을 카운터 밸런스(counter balance)라고 부른다. 우리의 신체는 한 부분이 움직이게 되면 그에 따라 깨진 균형을 되찾기 위해 신체의 다른 부분의 상대적인 움직임을 필요로 한다. 카운터 밸런스 자세에서는 엉덩이와 어깨가 팔이나 다리만큼 많이 움직이게 된다. 오른쪽으로 길게 손을 뻗칠 때 엉덩이와 한쪽 다리가 들리며 왼쪽으로 향하게 된다. 이렇게 카운터 밸런스 자세를 취하지 않으면 대신 상당한 팔과 어깨 힘이 들어가게 된다. 카운터 밸런스란 근력을 쓰지 않고 자세를 변화시킴으로 해서 보다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등반을 하기 위한 중요한 기술이다.
오버행(over hang)은 어려운 루트나 어려운 볼더링에 있어 필수적으로 극복해야 할 과제이다. 사실 오버행 중 대부분은 보기와는 달리 올라가기가 그렇게 어려운 것은 아니다. 오버행을 등반하는데 적용되는 원리는 다음과 같다. 1) 발은 항상 바위면에 붙인다. 2) 주의깊게 동작을 계획한다. 3) 팔과 다리는 곧게 편다. 4) 다리힘은 팔힘보다 훨씬 효과적이다. <월간 「 산」에서 - 정호진 著>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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