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산행자료

무주 무풍(10승지 -6)

가자 안창섭 2008. 12. 16. 15:12

무풍면

백두대간의 덕유산과 삼도봉 자락에 둘러싸인 무풍 역시 조선시대의 도로교통 조건에서

대로(大路)와의 접근성이 떨어져서 지리적 오지에 위치하고 있으나 상대적으로 큰 하천을 끼고 있고

산으로 둘러싸인 비교적 넓은 분지 지형을 갖추고 있다. 그래서 실학자 이중환도 택리지에서 말하기를

‘남사고는 무풍을 복지(福地)라 하였다. 골 바깥쪽은 온 산에 밭이 기름져서 넉넉하게

사는 마을이 많으니, 이 점은 속리산 이북의 산과 비교할 바가 아니다’고 하였던 것이다

승지라는 말은 뜻 그대로 자연 경관과 거주 환경이 뛰어난 장소를 표현한 것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조선시대에 정감록이라는 기서(奇書)에서 국토의 열 곳을 구체적으로 지점하여

십승지(十勝地)라고 일컬었으며, 이것은 민중들에게 강력한 공간적 영향력을 끼쳤던 역사적 사실이다.

 당시 민중들은 정감록의 십승지론을 신봉하여 실제 거주지를 그곳으로 옮긴 경우가 비일비재하였고,

현지를 답사해 보면 그 후손이 살고 있는 사례도 있었다. 그 열 곳의 십승지 중에는

백두대간을 끼고 있는 골도 여럿 있는데, 덕유산과 삼도봉에 에워싸인

무풍 역시 십승지의 한 장소로 꼽혔던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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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제통문

그러면 공간적으로 동양과 서양에서는 각각 이상향을 어떻게 생각하였으며, 그 이상향이 되기

위한 구비 조건은 무엇이었을까? 서양의 이상향에 해당하는 용어인 유토피아(Utopia)라는 말은

어원에서도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장소(Topia)가 아닌(U) 땅이었다. 토마스 무어의

유토피아라는 책에서 제시된 이상향은 구체적인 장소가 아니라 사회적이며 인위적으로

 건설된 이상국가로서, 이것은 서양인의 이상향을 대변하는 것이라고 하겠다.

반면 동양의 이상향에는 무릉도원이라는 아이콘이 대변하듯이 반드시 자연경관이 심미적으로

 뛰어나고 주거환경이 풍요로운 곳이라는 조건이 충족되어야 했다. 두말할 것도 없이 그곳은 산으로

 에워싸인 지역이라는 지리적 영역성을 벗어날 수 없었으며, 동아시아 이상향의 지도에서

산이라는 영역은 심리적인 집단무의식(集團無意識)의 핵심이자 축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확신할

 수 있다.

 앞서 말한 조선조의 십승지 역시 모두 산과 하천으로 둘러싸인 분지 지형의 장소였음은 물론이다

역시 정감록의 한 편명인 ‘피장처(避藏處)’에는 ‘전라도 무주 덕유산 남쪽에 원학동(猿鶴洞)이 있는데

숨어 살 만한 곳이다’는 내용도 있다. 정감록의 감결이나 남격암산수십승보길지지에서 말한 무풍은

현재의 전북 무주군 무풍면의 영역임은 분명하고, 다만 피장처에 소개된 원학동은

현재 금원산(金猿山)의 북쪽 골짜기에 해당하는 북상면 월성계곡 주변,

혹은 거창읍 학리(鶴里)라는 두 가지 설이 있다.

월성계곡은 남덕유산에 둘러 싸여 산수미가 장쾌하도고 빼어난 곳으로, 이 계곡 인근에는

많은 산간 마을이 입지하여 있는데, 위에서 인용한 피장처에서 ‘덕유산 남쪽’이라는 표현으로

보아 원학동은 금원산과 남덕유산 사이의 골짜기일 가능성이 크다. 한편 거창읍 학리는

400년 전에 청주 한씨가 세운 마을이 형성되어 있고, 아늑하게 둘러싸인 산자락을 등지고

 넉넉한 하천을 끼고 있어서 삼산이수(三山二水)의 입지로 알려져 있는데, 정감록에

나오는 승지적 개념의 가능성 보다는 후대에 의미가 덧붙여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면 십승지 무풍의 역사지리적 입지조건은 어떤지 살펴보기로 하자. 지리적으로

무풍은 서쪽으로 백두대간의 덕유산에서 삼도봉 구간, 남쪽에서 동쪽에 걸쳐서는 덕유산 연맥,

북쪽으로는 민주지산이 둥글게 에워싸고 있는 곳에 위치하여 있다. 수계(水系) 조건으로는

 남대천의 지류가 주위의 산복에서 발원하여 구불거리면서 흐르다가 무풍에 이르러서는

합류하여 면소재지를 에워싸면서 서쪽으로 흘러나가는 형국을 하고 있어 풍수적인

좋은 조건도 구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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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풍면 환종주 전체거리는 대략 46km 입니다.

출발지:나제통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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